Welcome Pass 2020, 야심찬 고투의 일환
역병이 만연한 시기지만, 일본의 경제지상주의는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비판을 많이 받았던게 작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긴급방역조치로 조인 다음에는 급격하게 고투(Go To) 캠페인을 장려하면서 지방의 관광업을 살리고자 하는 냉온탕의 연속을 보여주는 정책이 참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등장한 웰컴 패스 2020은 역병 탓에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중장기 체류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참고로 보시다시피 발매 기간은 진작에 지났습니다. 이용 경험을 돌아보는 결산이라고 봐주세요.
이 패스가 대단한 이유
간단하게 말해서 미친 가성비입니다.

- 체류 자격 무관하게 일본 여권이 아닌 여권을 제시할 수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 1만 2천엔에 3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청춘18티켓처럼 시간표상 시간이 자정을 기점으로 이용 가능한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테스트 안 해봄)
- 6회의 좌석 지정 기회를 줍니다. 특급권이 필요한 열차는 특급권(좌석지정) 발권을 받아야 하는데 이 티켓을 삽입하고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좌석 지정 기회에 JR 동일본 소속 모든 등급 신칸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싼 신칸센 비용 생각하면 저 금액의 본전은 단순에 뽑을 수 있습니다. 도쿄-아오모리면 편도 이동에 본전을 다 뽑습니다.
- JR과 직결하는 제 3섹터 지방 사철도 이용 범위에 포함됩니다. 청춘18티켓은 이런 노선을 피해서 이용하거나 아예 돈을 내고 타야만 하는 구간이 있는 걸 생각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선택지입니다.
따라서 이 패스의 본전을 뽑으려면 신칸센과 특급 열차를 열심히 타고, 이동거리를 길게 가져가며, 평소에 탈 수 없을 법한 외진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것입니다. 모델 코스처럼 공항에서 나와서 이걸로 유유자적 다니기엔 아깝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두 군데만 가더라도 이 금액 이상의 효용을 누릴 수 있으니, 꼭 이 기회에 가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거두절미, 이용 리포트
여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기엔 길이 너무 길어지고, 다 적을 시간이 없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
3일씩 여행을 두 번 다녀왔고, 한 번은 11월, 그리고 이 기간이 끝나는 2월에 다시 한 번 다녀왔습니다.
1차 여행 – 아오모리, 민마야, 오미나토, 하치노헤, 히로사키
이 패스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을 가을에 다녀왔습니다. 홋카이도는 패스 범위 밖이니 그 앞까지 허용할 수 있는 곳은 다 가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1일차

종류 | 노선명 | 출발 | 도착 | 거리 | 통상 운임 |
재래선 | 도카이도 본선 | 후지사와 | 도쿄 | 51.1km | 990엔 |
신칸센 | 도호쿠 | 도쿄 | 신아오모리 | 713.7km | 17670엔 |
재래선 | 오우 본선 | 신아오모리 | 아오모리 | 3.9km | 190엔 |
타사 재래선 | 아오이모리 철도선 (아오이모리철도) | 아오모리 | 노헤지 | 44.6km | 1050엔 |
재래선 | 오미나토선 | 노헤지 | 무츠요코하마 | 30.1km | 590엔 |
재래선 | 오미나토선 | 무츠요코하마 | 오미나토 | 28.3km | 590엔 |
재래선 | 오미나토선 | 오미나토 | 노헤지 | 58.4km | 1170엔 |
타사 재래선 | 아오이모리 철도선 (아오이모리철도) | 노헤지 | 아오모리 | 44.6km | 1050엔 |
2일차

종류 | 노선명 | 출발 | 도착 | 거리 | 통상 운임 |
재래선 | 츠가루선 | 아오모리 | 민마야 | 55.8km | 1170엔 |
재래선 | 츠가루선 | 민마야 | 아오모리 | 55.8km | 1170엔 |
재래선 | 오우 본선 | 아오모리 | 신아오모리 | 3.9km | 190엔 |
신칸센 | 도호쿠 | 신아오모리 | 하치노헤 | 81.8km | 3390엔 |
신칸센 | 도호쿠 | 하치노헤 | 신아오모리 | 81.8km | 3390엔 |
3일차

종류 | 노선명 | 출발 | 도착 | 거리 | 통상 운임 |
재래선 | 오우 본선 | 아오모리 | 히로사키 | 37.4km | 680엔 |
재래선 | 오우 본선 | 히로사키 | 신아오모리 | 33.5km | 590엔 |
신칸센 | 도호쿠 | 신아오모리 | 도쿄 | 713.7km | 17670엔 |
재래선 | 도카이도 본선 | 도쿄 | 후지사와 | 51.1km | 990엔 |
결산
52560엔을 뜯길 뻔한 3일의 이동을 12000엔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패스가 없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루트가 끼어있긴 했지만 그 차액을 고려하더라도 12000엔이 압도적으로 싸게 느껴집니다.
타사 재래선은 다른 JR 패스나 티켓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독자 노선이면서 가격도 비싼 걸 생각하면 가격차는 더욱 험악합니다.
2차 여행 – 나오에츠, 니이가타, 아키타, 오가, 노시로
겨울도 끝나가는 2월, 패스가 끝나기 전에 아직 안 가본 도호쿠의 서쪽면 동해안을 가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동행자 없이 혼자 가보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마침 얼마 전 있었던 광범위한 지진으로 신칸센 전신주가 쓰러지는 사고가 있어서 열흘 정도 걸려도 복구가 여전히 되지 않았고 연휴가 끝나고서야 정상화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패스를 구매할 때도 직원이 신칸센 못 탄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줬습니다. 사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떠난 건 마찬가지였지만, 이 때는 더욱 무계획에 가깝게 이동했기에 매일매일 다음 일정, 귀환 방법을 고민했고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행에 무의미한 돈낭비가 있으면 안 되기에 출발역은 딱 JR이 시작하는 역이면서 미리 구매하지 않은 패스를 당일 사면서 바로 개시할 수 있는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신주쿠역이 오다큐에서 내린 후 JR 여행센터를 들러 구매하고 바로 개시하기 좋은 위치였기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질 않았지요.
1일차

신선을 체험하면서 더 멀리 가보고 싶은 마음에 JR 서일본과 경계역인 죠에츠묘코역을 가기로 했다.
종류 | 노선명 | 출발 | 도착 | 거리 | 통상 운임 |
재래선 | 쇼난신주쿠 라인 | 신주쿠 | 오미야 | 27.4km | 473엔 |
신칸센 | 호쿠리쿠 | 오미야 | 죠에츠묘코 | 251.6km | 8040엔 |
타사 재래선 | 묘코 하네우마 라인 | 죠에츠묘코 | 나오에츠 | 10.4km | 340엔 |
재래선 | 특급 시라유키 (신에츠 본선) | 나오에츠 | 니이가타 | 136.3km | 4170엔 |
재래선 | 에치고선 | 하쿠산 | 니이가타 | 3.1km | 189엔 |
2일차

종류 | 노선명 | 출발 | 도착 | 거리 | 통상 운임 |
재래선 | 특급 이나호 (하쿠신선, 우에츠 본선) | 니이가타 | 아키타 | 273km | 6820엔 |
3일차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 심사숙고하다가 결국 일정이 허락하는 가장 먼 곳을 둘 다 가보기로 했다.
종류 | 노선명 | 출발 | 도착 | 거리 | 통상 운임 |
재래선 | 오가나마하게 라인 (오가선) | 아키타 | 오가 | 39.4km | 770엔 |
재래선 | 오가나마하게 라인 (오가선) | 오가 | 오이와케 | 26.4km | 510엔 |
재래선 | 오우 본선 | 오이와케 | 히가시노시로 | 43.7km | 770엔 |
재래선 | 고노선 | 노시로 | 히가시노시로 | 3.9km | 190엔 |
재래선 | 오우 본선 | 히가시노시로 | 아키타 | 56.7km | 990엔 |
노시로는 저녁에 도착해서 배차 간격이 안 맞아서 마을을 느껴보고자 4.2km를 무작정 도보로 걸어서 노시로역까지 갔다.
돌아올 때는 아키타역에서 철도 이용을 마치고 요코하마까지 야간버스를 이용했다. 재래선이나 일부 끊긴 신칸센으로는 일정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철도 이용 금액 3230엔.
결산
노선의 별도 표기 때문에 승차 하차역 연속 이용을 통한 기본료 할인이 없이 매번 하차한 것으로 계산하여 오차가 큰 편입니다만, 대충 이런 식으로 이동했다는 표기를 위함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가볍게 23262엔으로 패스의 2배 가까운 효율을 뽑아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버스 운임은 어쩔 수 없이 출혈이 있었지만요.
본전보다는 여행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패스
패스가 아슬아슬하게 본전을 찾을까 절약할까 하는 패스는 숙고해야 하고 여행 본질에 집중할 기회를 놓치게 만듭니다. 이번 Welcome Rail Pass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일단 본전은 사실상 보장되어 있다는 점
- 신칸센, 특급 열차를 자유롭게 발매기에서 예약하고 시간 절감과 안락함, 특별한 경험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점
내일로 여행을 한국에서 해봤을 때도 분명 특별한 경험이긴 했지만, 언제든지 자리 주인이 등장하면 비켜줘야 하는 입석에 가까운 취급에 열차카페 같은 곳을 전전하며 짐짝처럼 실려다니는 불편함도 만만치 않은 기억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에고에고 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여행이 조금 더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그러면서 더 다양한 자극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그런 욕구가 커졌음을 느낍니다.
특급 열차도 언제든지 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많은 열차가 수익성 악화로 없어지고, 또 새로운 열차가 상품으로 고안되어 손님을 맞이하는 변화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비싸니까 자주 타는 건 어렵겠지만, 가끔은 이런 경험을 쌓아가는 것과 동시에 여행의 질도 한 등급 올라가면서 남은 일정의 피로 회복 기회도 제공하는 소중한 여행의 선택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효율 극단을 추구하던 제게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던 두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