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포리역

2021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잠시 입국한 이야기 (2)

지난 이야기

늦었다! 서둘러야 해!

출국 당일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출국은 언제나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래도 왕래가 자유롭지 않다보니 챙길 것이 많네요. 어차피 거리두기 탓에 한국 가도 만날 사람들은 최소한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선물류는 간소화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예기치 않은 시간 지체로 대중교통이 아슬아슬했습니다.

나리타공항은 역시 하네다공항보다 제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멉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한국도 일본도 국제선이 오가는 루트는 최대한 줄여버렸으니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수도권이 아닌 곳은 지방 공항도 못 쓰고 국내선 환승도 상당히 까다롭다고 들었으니까요.

택시를 활용할까 했는데 JapanTaxi를 처음 깔고 Uber도 깔아봤는데 둘 다 서비스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시내로 열차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방
캐리어가 없는 해외 여행도 색다른 느낌입니다. 어차피 격리기간 옷을 넣을 것도 아니고 상당수 물자는 현지 조달이니까요.

캐리어를 끌지 않고 마치 휴양지 트럭에 실을 법한 큰 어깨 가방을 메고 왔습니다. 별 생각 없이 골랐는데 너무나 마음에 드네요.

스카이라이너, 나리타를 가는 가장 빠르고 두 번째로 비싼 방법

신주쿠에서 야마노테선을 타고 도쿄를 반바퀴 돌아서 닛포리역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검색해보니 나리타 스카이라이너가 마침 적당한 시간에 있었습니다. 수요 감소로 감편을 하긴 했지만, 남은 열차들도 적자를 감수하고 유지해주고 있으니까요.

참고로 한국은 공항철도 직통열차가 아예 운행 안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김포공항도 서지 않고 서울역과 인천공항만 오가는 탓에 수요가 애매했고 애초에 리무진버스 이용객이 많았으니 기대할 남은 수요가 없다는 게 이유겠지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했는데, 두 번째로 비싸다고 했습니다. 제일 비싼 길은 JR 특급 열차인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는 것인데 제일 빠르지도 않습니다. 이건 환승 없이 주요 터미널을 오간다는 장점에, 치바를 거쳐 크게 우회하는 긴 거리를 가는 단점도 있는 탓에 길알못 외국인에게 패스랑 같이 끼워서 타야 수지가 맞는 구성이라 건너뛰겠습니다. 느리면서 운임도 많이 받고 좌석 요금도 싸지 않고 JR의 운임 체계도 사철보다 불리한 장거리 운임이라 그야말로 저는 생각조차 안 해봤네요.

닛포리역
닛포리역 나리타 스카이라이너 전용 승강장

닛포리역의 구조는 특이합니다. 가운데 선로가 하나 있고 선로를 두 승강장이 감싸고 있습니다.

즉, 열차가 양문을 개방해도 되는 구조지만, 왼쪽은 일반적인 열차들, 오른쪽은 스카이라이너 전용으로 지정하여 열차 종류에 따라 개방하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일반 열차는 스카이라이너 승강장쪽 문을 열지 않는다

안내방송에 어느 쪽 승강장은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꼬박꼬박 말해주네요.

그럼 반대쪽 선로는 어디있나고요? 윗층이 나리타 방면, 아래층이 케이세이우에노 방면이더라고요.

일본의 여러 사철과 JR이 그러하듯이, 운임은 기본으로 얹고 거기에 특급권을 추가로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입장할 때도 교통카드 게이트를 평소처럼 찍고 들어가서 (없으면 표를 구매하고), 그 안에 또 하나의 특급권 게이트를 지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야후 앱에서 검색해보니 좌석 예매 배너가 떠서 거기서 라쿠텐 페이를 써서 구매했습니다.

좌석 선택도 가능하고 승차권 역할을 하는 화면이 표시되기 때문에 그걸 게이트 옆 안내 직원에게 보여주면서 들어가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차역 안내

이브닝라이너와 스카이라이너 정차역 차이

닛포리역 다음역이 바로 공항인 건 매우 좋네요. 물론 가는 길에 역이 없는 고속선은 아니고 같은 선로를 달리지만 앞 열차 다 비켜서 대피하게 만들고 앞서나가는 방식입니다.

케이세이 전철 노선도 꽤 복잡하고 주요 분기역이나 터미널도 많고, 여기에 서는 열차 종별도 많아서 아주 바쁜 노선이라 항상 시원하게 달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내 구간에선 분기기를 통과하는 덜컹거리는 소리와 아슬하게 스쳐가는 승강장의 속도로 보아 달리는 속도는 60km/h 수준으로 조금 답답하기까지 했습니다.

별 사고 없이 비행기 체크인 시간까지 예정된 시간대로 달려주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콘센트도 좌석별로 구비되어 있고 쭉 뻗어도 무릎이 닿지 않는 여유로운 시트 간격인 스카이라이너

특급 열차에 돈 쓰는 걸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몇 번 타보니 특급 열차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통로와 문으로 구분되어 있는 객실 공간은 그야말로 쥐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 이 칸에 탑승자가 저를 포함해서 딱 3명이었네요. 공항에 가는 사람 자체가 적은 것도 큰 것 같습니다.

열차는 도쿄 수도권 통틀어서 신칸센을 제외하고 가장 빠른 160km/h의 최고 속도를 자랑하며, 호쿠소 철도 구간을 지나 나리타 공항이 머지 않은 짧은 구간에서 5색 고속 신호를 받으면서 159km/h를 실제로 기록하며 질주합니다.

그리고 곧 터널에 들어가면서 나리타 2터미널역에서 저를 제외한 두 명이 다 내려버렸습니다.

내리는 역을 실수하면 셔틀 버스가 있긴 하지만 시간 낭비를 피할 수 없으니 미리 터미널은 숙지하고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통상적인 체크인 마감 시간도 수십 분 이내로 다가왔습니다. 서둘러야겠습니다.

쓸쓸한 나리타 공항

대부분의 카운터가 닫힌 나리타 공항 체크인 카운터

짐을 보낼 일도 없고 공항에 오가는 사람도 극히 적습니다. 무사히 수하물 위탁을 마치고 (웹 체크인을 해서 더 수월했습니다) 계류장이 보이는 출발 대기 벤치에는 졸고 있는 사람도 간간히 있었습니다.

관광이 아닌 목적으로 비행기를 타야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을 것이고, 공항 자체가 쉴 곳이라 외출나온 사람은 여전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사람들은 여기에 모여있는 것 같다
12시부터 밤까지 비행기를 다 표시해도 두 전광판 정도로 끝인 모양이다

입장은 신속하게 했어야 했다

걷다보니 화장실에 들르고 약간 지체되어서 표에 써있는 바로 탑승 시간에 출국장에 들어가려고 하니 게이트에 붙잡혔습니다.

임박한 비행기는 들어가도 못 탈 위험 때문에 붙잡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때문에 입장해도 되는지 직원이 확인하느라 더 지체되어버렸습니다.

보안검색은 당연히 촬영 금지니까 사진이 없지만, 입장객은 저 혼자라 여러 인력이 제 짐만 검사해주시는 건 뭔가 특별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래선 금지물품이나 수상한 거 이잡듯이 다 잡아낼 것 같습니다.

보조 배터리도 확인하고 용량 칼같이 체크하시네요. 저는 미리 공부해서 보조배터리 용량이 100Wh (최대 160Wh) 넘으면 항공사 직원 호출로 시간 낭비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보다 작은 걸로 다시 사왔거든요.

입국 심사도 쥐죽은듯이 조용한 아랫층이었습니다. 날아가는 글씨로 재입국 간이 신청서를 적고 내밀었는데 심사관이 “재입국 안 하실건가요?” 라고 물어보네요.

체크를 잘못한 거라고 하니 직접 수정해주셨습니다. 못 돌아올 뻔했네요.

그렇게 입장하니 파이널 콜이 들려옵니다. 방송으로 제 이름이 호명되는 굴욕이 끝나기 전에 달려서 바로 확인받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특이한 포스트 코로나 공항 현황은 물론 시간에 관한 여러 가지 교훈도 가져갈 수 있었던 나리타 출국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다음 이야기는 입국에 관한 경험으로 이어갑니다.

나리타 공항

2021년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잠시 입국한 이야기 (1)

골든위크, 일본은 부랴부랴 재발령된 긴급 사태 선언으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서 휴가 계획을 세웠던 분들은 날벼락을 맞고 말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감염자 관리 현황은 매우 양호한 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연휴에 한국에 와야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도 있지만, 일본에서 버티고 있었어도 정말정말 지루하고 할 일이 없었을 것 같아 잘 한 선택 같습니다.

그나저나, 저에게 사람들이 질문하더군요. 이렇게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점에 어떻게 한국에 왔냐고요.

결론부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귀국할 때 아무런 준비 없이 가도 입국할 수는 있습니다1.

하지만 심각하게 금전적 시간적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최신 정보 확인

아시아나항공에서 공유하는 나라별 입국 제한 현황

대한항공에서 공유하는 나라별 입국 제한 현황

2021년 4월 현재 요점은 다음으로 보입니다.

  • 입국 72시간 내의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지참
  • 한국에서 수신 유효한 한국 전화번호 소유

코로나19 음성 결과지를 일본에서 만드는 방법

일본에서 코로나 검사를 해주는 곳은 아주 많지만, 그 중 한국 입국 용도로 쓸 수 있는 한국어 또는 영어 결과지를 만들어주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출국 루트로 사용되는 나리타 공항에서도 코로나 검사를 해주고 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방문시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쌉니다.

제가 사용한 곳은 아래 사이트에서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15,400엔이면 출국용 서류가 한큐에 완성된다고 하니, 안 할 수가 없네요.

다만 검사를 아예 실시하지 않는 요일이 있으니 출국일 잡을 때 72시간 오버하지 않을 날로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출국일, 출국 국가를 묻고 발급해주니까 혹시 절차에 오류가 있을지 같이 살펴봐줘서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https://www.pcr-english.team-medical.or.jp/

Team Medical Kenshin Clinic, 内幸町1ビル 1階 2階 1 Chome-5-14 Nishishinbashi, Minato City, Tokyo 105-0003

혹시 더 나은 곳을 찾으셨다면, 공유해주세요.

방문 후기

Team Clinic의 검사 대기소

인터넷 예약을 한 날에 시간 맞춰서 가면 됩니다. 방문할 때 여권을 가져가시는게 필수라 보시면 됩니다. 찾는 날에는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이면 된다고 하는데, 여권이면 다 해결됩니다.

검사용 파일을 받고 대기실에서 대기하다가 불리면 들어가서 파일을 넘겨줍니다.

의사가 벽보고 앉으라고 하고 흰 벽을 보면서 고개를 젖혀서 가만히 있으면 콧속에서 샘플을 채취하십니다.

그걸로 끝입니다. 다시 나오면 접수 카운터에서 결과지를 가지러 다음날 영업시간 내에 방문하라고 하십니다.

총 소요 시간은 입장부터 퇴장까지 10분도 안 걸렸네요.

돈은 예약 단계에서 빠져나가고, 예약 취소시 금액은 환불이 가능한 모양입니다. 현장에서 결제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음성 확인서 수령

Team Clinic에서 발급해준 음성 확인서

음성 확인서는 제 목적 방문 국가를 이야기하고 받았기 때문에 한국어가 포함되어 나와 있었습니다. 이 서류는 잊지말고 지참하되, 입국 심사 과정에 써야 하니 부쳐버리는 실수도 하지 맙시다.

여기서 양성이 나와버리면 당연히 음성 확인서가 없는 상태로 가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여행에 적색등이 켜지는 겁니다.

다음 단계

실제 출국 및 입국일도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에 다음 글로 나눠서 적어보려 합니다.

楽しい旅行はJRで

JR 동일본 Welcome Rail Pass 2020 결산

Welcome Pass 2020, 야심찬 고투의 일환

역병이 만연한 시기지만, 일본의 경제지상주의는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비판을 많이 받았던게 작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긴급방역조치로 조인 다음에는 급격하게 고투(Go To) 캠페인을 장려하면서 지방의 관광업을 살리고자 하는 냉온탕의 연속을 보여주는 정책이 참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등장한 웰컴 패스 2020은 역병 탓에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체류하고 있는 중장기 체류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여권만 가지고 있으면 쓸 수 있는 패스

참고로 보시다시피 발매 기간은 진작에 지났습니다. 이용 경험을 돌아보는 결산이라고 봐주세요.

이 패스가 대단한 이유

간단하게 말해서 미친 가성비입니다.

도호쿠 지방(JR 동일본 관할)에 이 이상의 패스는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 체류 자격 무관하게 일본 여권이 아닌 여권을 제시할 수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 1만 2천엔에 3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청춘18티켓처럼 시간표상 시간이 자정을 기점으로 이용 가능한지 여부가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테스트 안 해봄)
  • 6회의 좌석 지정 기회를 줍니다. 특급권이 필요한 열차는 특급권(좌석지정) 발권을 받아야 하는데 이 티켓을 삽입하고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좌석 지정 기회에 JR 동일본 소속 모든 등급 신칸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비싼 신칸센 비용 생각하면 저 금액의 본전은 단순에 뽑을 수 있습니다. 도쿄-아오모리면 편도 이동에 본전을 다 뽑습니다.
  • JR과 직결하는 제 3섹터 지방 사철도 이용 범위에 포함됩니다. 청춘18티켓은 이런 노선을 피해서 이용하거나 아예 돈을 내고 타야만 하는 구간이 있는 걸 생각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선택지입니다.

따라서 이 패스의 본전을 뽑으려면 신칸센과 특급 열차를 열심히 타고, 이동거리를 길게 가져가며, 평소에 탈 수 없을 법한 외진 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것입니다. 모델 코스처럼 공항에서 나와서 이걸로 유유자적 다니기엔 아깝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두 군데만 가더라도 이 금액 이상의 효용을 누릴 수 있으니, 꼭 이 기회에 가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거두절미, 이용 리포트

여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하기엔 길이 너무 길어지고, 다 적을 시간이 없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

3일씩 여행을 두 번 다녀왔고, 한 번은 11월, 그리고 이 기간이 끝나는 2월에 다시 한 번 다녀왔습니다.

1차 여행 – 아오모리, 민마야, 오미나토, 하치노헤, 히로사키

이 패스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을 가을에 다녀왔습니다. 홋카이도는 패스 범위 밖이니 그 앞까지 허용할 수 있는 곳은 다 가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1일차

종류노선명출발도착거리통상 운임
재래선도카이도 본선후지사와도쿄51.1km990엔
신칸센도호쿠도쿄신아오모리713.7km17670엔
재래선오우 본선신아오모리아오모리3.9km190엔
타사 재래선아오이모리 철도선 (아오이모리철도)아오모리노헤지44.6km1050엔
재래선오미나토선노헤지무츠요코하마30.1km590엔
재래선오미나토선무츠요코하마오미나토28.3km590엔
재래선오미나토선오미나토노헤지58.4km1170엔
타사 재래선아오이모리 철도선 (아오이모리철도)노헤지아오모리44.6km1050엔
첫 날부터 23300엔

2일차

종류노선명출발도착거리통상 운임
재래선츠가루선아오모리민마야55.8km1170엔
재래선츠가루선민마야아오모리55.8km1170엔
재래선오우 본선아오모리신아오모리3.9km190엔
신칸센도호쿠신아오모리하치노헤81.8km3390엔
신칸센도호쿠하치노헤신아오모리81.8km3390엔
둘째날은 아침부터 멀리 가느라 이동은 얼마 못하고 9310엔

3일차

밑에는 뻔하니까 생략.
종류노선명출발도착거리통상 운임
재래선오우 본선아오모리히로사키37.4km680엔
재래선오우 본선히로사키신아오모리33.5km590엔
신칸센도호쿠신아오모리도쿄713.7km17670엔
재래선도카이도 본선도쿄후지사와51.1km990엔
마지막날이 가장 일반적인 여행 패턴에 근접한 것 같다. 19950엔.

결산

52560엔을 뜯길 뻔한 3일의 이동을 12000엔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패스가 없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루트가 끼어있긴 했지만 그 차액을 고려하더라도 12000엔이 압도적으로 싸게 느껴집니다.

타사 재래선은 다른 JR 패스나 티켓으로는 이용할 수 없는 독자 노선이면서 가격도 비싼 걸 생각하면 가격차는 더욱 험악합니다.

2차 여행 – 나오에츠, 니이가타, 아키타, 오가, 노시로

겨울도 끝나가는 2월, 패스가 끝나기 전에 아직 안 가본 도호쿠의 서쪽면 동해안을 가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동행자 없이 혼자 가보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마침 얼마 전 있었던 광범위한 지진으로 신칸센 전신주가 쓰러지는 사고가 있어서 열흘 정도 걸려도 복구가 여전히 되지 않았고 연휴가 끝나고서야 정상화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패스를 구매할 때도 직원이 신칸센 못 탄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해줬습니다. 사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떠난 건 마찬가지였지만, 이 때는 더욱 무계획에 가깝게 이동했기에 매일매일 다음 일정, 귀환 방법을 고민했고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행에 무의미한 돈낭비가 있으면 안 되기에 출발역은 딱 JR이 시작하는 역이면서 미리 구매하지 않은 패스를 당일 사면서 바로 개시할 수 있는 일정으로 잡았습니다. 신주쿠역이 오다큐에서 내린 후 JR 여행센터를 들러 구매하고 바로 개시하기 좋은 위치였기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질 않았지요.

1일차

효율적인 루트면 당연히 조에츠 신칸센을 타고 니이가타로 가야하지만,
신선을 체험하면서 더 멀리 가보고 싶은 마음에 JR 서일본과 경계역인 죠에츠묘코역을 가기로 했다.
종류노선명출발도착거리통상 운임
재래선쇼난신주쿠 라인신주쿠오미야27.4km473엔
신칸센호쿠리쿠오미야죠에츠묘코251.6km8040엔
타사 재래선묘코 하네우마 라인죠에츠묘코나오에츠10.4km340엔
재래선특급 시라유키 (신에츠 본선)나오에츠니이가타136.3km4170엔
재래선에치고선하쿠산니이가타3.1km189엔
마지막 에치고선은 야간 도보 산책 후 귀가 루트. 총액 13212엔

2일차

오전에 니이가타 일정을 예상보다 더 끼워넣느라 하루 세 번의 기회 중 가장 마지막인 점심 쯤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나니 해가 져버렸다.
종류노선명출발도착거리통상 운임
재래선특급 이나호 (하쿠신선, 우에츠 본선)니이가타아키타273km6820엔
특급 시발역부터 종착역까지 쭈욱 타고가는 위엄. 질리지 않는 바다 풍경과 눈덮인 논밭의 조화로 지루할 틈이 없던 시간.

3일차

아키타시 안에서 관광안내도를 보고도 실망한 상황에서 패스 정신을 살리려면 이동밖에 없었다.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 심사숙고하다가 결국 일정이 허락하는 가장 먼 곳을 둘 다 가보기로 했다.
종류노선명출발도착거리통상 운임
재래선오가나마하게 라인 (오가선)아키타오가39.4km770엔
재래선오가나마하게 라인 (오가선)오가오이와케26.4km510엔
재래선오우 본선오이와케히가시노시로43.7km770엔
재래선고노선노시로히가시노시로3.9km190엔
재래선오우 본선히가시노시로아키타56.7km990엔
오가역은 시기가 안 좋아서 컨텐츠가 카페 체류뿐.
노시로는 저녁에 도착해서 배차 간격이 안 맞아서 마을을 느껴보고자 4.2km를 무작정 도보로 걸어서 노시로역까지 갔다.
돌아올 때는 아키타역에서 철도 이용을 마치고 요코하마까지 야간버스를 이용했다. 재래선이나 일부 끊긴 신칸센으로는 일정이 너무 오래 걸려서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철도 이용 금액 3230엔.

결산

노선의 별도 표기 때문에 승차 하차역 연속 이용을 통한 기본료 할인이 없이 매번 하차한 것으로 계산하여 오차가 큰 편입니다만, 대충 이런 식으로 이동했다는 표기를 위함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가볍게 23262엔으로 패스의 2배 가까운 효율을 뽑아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버스 운임은 어쩔 수 없이 출혈이 있었지만요.

본전보다는 여행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패스

패스가 아슬아슬하게 본전을 찾을까 절약할까 하는 패스는 숙고해야 하고 여행 본질에 집중할 기회를 놓치게 만듭니다. 이번 Welcome Rail Pass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일단 본전은 사실상 보장되어 있다는 점
  • 신칸센, 특급 열차를 자유롭게 발매기에서 예약하고 시간 절감과 안락함, 특별한 경험을 모두 챙길 수 있다는 점

내일로 여행을 한국에서 해봤을 때도 분명 특별한 경험이긴 했지만, 언제든지 자리 주인이 등장하면 비켜줘야 하는 입석에 가까운 취급에 열차카페 같은 곳을 전전하며 짐짝처럼 실려다니는 불편함도 만만치 않은 기억입니다. 나이가 들어서 에고에고 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여행이 조금 더 힐링이 되었으면 하는, 그러면서 더 다양한 자극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그런 욕구가 커졌음을 느낍니다.

특급 열차도 언제든지 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많은 열차가 수익성 악화로 없어지고, 또 새로운 열차가 상품으로 고안되어 손님을 맞이하는 변화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비싸니까 자주 타는 건 어렵겠지만, 가끔은 이런 경험을 쌓아가는 것과 동시에 여행의 질도 한 등급 올라가면서 남은 일정의 피로 회복 기회도 제공하는 소중한 여행의 선택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효율 극단을 추구하던 제게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자신감을 주었던 두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해맞이 명소가 어딥니까

집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유튜브 스트리밍은 많습니다만, 일본에서 그런 곳이 많지 않기도 하고 현과 현 사이 이동을 자제해달라 이런 정도의 당부만 있을 뿐 큰 제약이 한국처럼 있는 것은 아니라, 조심히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목대로였으면 그냥 심심한 신년맞이였겠지만, 그렇다면 이 글을 적을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위험하게 사람이 몰릴 법한 해맞이 명소를 가서도 안 됩니다.

한국이였으면 동해를 떠올리겠지만, 여기서 굳이 해안선까지 가는 여행을 하기엔 교통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배제했습니다. 잠깐 다녀온다고 태평양 인근까지 가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작년의 해맞이는 어디었냐고요? 구름이 잔뜩 낀 에노시마였습니다. 도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나가와 후지사와의 남쪽에 위치한 조그마한 다리로 연결된 섬은 전체가 관광 명소라서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해맞이도 가타세에노시마역까지 사람이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가지도 못하고 작은 개찰구를 통과하기까지 인파에 밀리며 역을 빠져나오는데 한 세월을 보내고, 에노시마 들어가면서도 인파들을 헤쳤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에노시마를 지겹도록 여러 번 방문한 제게는, 지역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듯한 섬의 후미진 둘레길을 이용해서 편안하게 질러서 도착했지요. 섬 주민들의 오토바이가 가득 주차된 나름 물자가 오가는 유일한 찻길이라 안전에는 유의해야 하지요. 그렇게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으니 곧 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2020년의 해가 보였었지요.

그런 해맞이 명소는 위험하니까

일본에 와서 누마즈를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때로는 성지순례로, 때로는 시골 탐방을 위한 전진기지로, 스탬프 투어하러, 수족관을 가러 여러 번 갔던 것 같습니다. 그 때 도카이도 본선의 15량짜리 긴 열차를 타고 가다가 밖으로 보였던 절벽 아래 태평양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장관에 말을 잃었던 기억이 나네요.

후지사와를 지나쳐서 치가사키를 지나면 비좁은 절벽을 헤집고 터널과 위태로운 철길, 국도길이 공존하는 구간이 나옵니다. 그리고 거기 작게 있는 마을에 바다를 떡하니 가로막고 자리를 차지한 유일한 역이 있습니다.

네부카와역은 철조망 너머로 절벽 아래 바다가 보입니다. 바다의 수평선을 열차 안에서 볼 수 있는 역이죠. 비록 남쪽 방향이긴 하지만 해를 보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탁트인 공간입니다. 저는 여기가 제일 먼저 떠오르더군요. 결국 역이란 지나치는 곳이고 철덕이 아니고선 일반인에게 목적지가 될 리가 없으니까요.

예상대로 사람이 많다

5시부터 집을 나서지만 밥은 잘 챙겨먹습니다. 아침밥을 꼭 먹는 습관이라 동행자도 덩달아 먹게 되었는데 속이 안 좋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래저래 준비하다보니 애초에 의도했던 열차는 놓쳤지만 다음 열차로도 대충 목적지 일출 시간에 맞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오면서 촉박한 환승 시간을 다시 상기합니다.

오다큐 에노시마선 열차가 왔는데 사람들이 꽤 북적북적합니다. 다들 아무래도 이 시국에 에노시마나 최소한 그 근처 해변에 가서 해돋이를 보려고 난리인 모양입니다. 해를 끌끌 차기엔 저도 목적지만 다를 뿐 의도는 별 차이가 없네요. 누워서 침뱉기인 것 같아서 잠자코 마스크를 푹 눌러 쓰고 후지사와역까지 갔습니다.

아침은 고되니까 그린샤 콜

가는 여정에도 일출이 진행되는 열차 시각이라 열차 안에서도 헛되이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전망 좋은 자리에 앉아서 해변을 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기에, 주저하지 않고 그린샤 발권기를 찾았습니다. Suica 교통카드에 입력하면 자리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처리되어 찍기만 하면 그 자리가 내 것이 되거든요.

하지만 저는 모바일 Suica가 아니라 PASMO였습니다. 카드 인식을 할 수 없었고, 촉박한 환승 시간 와중에 개찰구로 달려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밖에 발매기에서 종이 승차권으로 뽑아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플라스틱형 카드가 있었으면 동전 계산하지 않고 카드 잔액으로 뽑았을텐데, 모바일은 삽입이 안 돼서 결국 동전을 써야 하네요. 뽑아서 개찰구를 다시 통과하니 열차가 절찬 진입중이라 후다닥 뛰어서 겨우 열차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빨간색은 활성화되지 않은 자리, 초록색은 활성화된 자리

교통카드로 발권이 되면 천장의 단말기에 찍고 앉으면 됩니다. 2층 객차의 윗층은 역시 뷰가 좋습니다. 유효한 카드는 색이 바뀌면서 내 자리가 되고, 저는 종이 승차권이라 찍을 것 없이 그냥 앉으면 곧 승무원이 와서 표 좀 보자고 합니다. 그 때 표를 보여주면 곧 저도 천장의 자리가 승무원의 기기 조작에 의해 똑같이 초록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자리는 딱 바다가 보이는 곳만 들어찼습니다. 두 명이 앉을 자리는 반대편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날이 밝아오는 것이 보여서 그렇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은 이미 일출 시각이 갓 지났기에, 구름 너머에 해 끄트머리는 올라왔을 것 같습니다.

모터가 없이 조용한 무동력칸에 그것도 높은 자리에 좌석형 시트에 앉아서 간다는 건, 분명 모든 역에 다 서는 각역정차 열차임에도 뭔가 특급 열차에 탄 것 같은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물론 특급의 비용을 생각하면 급은 분명 다르지만, 이런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네요. 맨날 쓰기엔 너무 비싼 사치지만요. 주말에 조금 싼 거 보면, 역시 평일에 사람들에 부대끼는 러시 아워를 물리치고 이런 사치를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은 걸까요?

사람들의 발상은 어찌 비슷할까

네부카와역은 이미 자리잡은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한들 나만 생각했을 리가 없습니다. 사실 이런 전개도 아예 없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죠. 도쿄에 사는 사람들은 여기까지 굳이 오지 않았겠지만, 생각해보면 인근 주민들이나 반대로 시즈오카쪽 해변이 아닌 가까운 동네에선 여기가 에노시마보다 더 나은 명소였을 수 있었던 겁니다.

해가 떠오르는 와중에 계획 변경은 없습니다. 다행히 빈 곳은 있어서 충분히 주변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서 우리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네요.

건너편이 유치선이라 전차선이 다소 거슬리는 각도
찬란하게 떠오르는 2021년 새해

구름 사이로 떠오르면 뭔가 다들 아쉬워하는데, 저는 이쪽이 더 예술적으로 보입니다. 꼭 일출의 순간을 맞이해야 하는 것보다는, 구름 사이로 뻗어나가는 햇살이 더 아름다워서 그쪽이 더 반갑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모양이 한 해를 설명한다는 미신까지 가진 않더라도, 작년도의 궂은 구름을 걷어내고 떠오른 해와 전례 없는 새로운 판데믹의 출현으로 얼핏 상반되는 결과라고 실망할 수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어려움 아래에서 가능했던 또 다른 도전들을 증명해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거든요.

재택 근무라는 상상 속의 일상을 실제로 해보면서 새로운 생활 패턴에 얼마나 성과를 올렸는가 생각해보면, 분명 마냥 좋았다기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개선점도 있었고, 그렇다고 패턴이 엉클어져서 큰 부침을 겪은 것도 아니고, 저와 주변 사람이 이 병에 걸리지 않았던 요행도 있었기에 결국 일이 잘 풀렸다는 감사함만 남았습니다.

이번 년도도 딱 그 정도로, 다만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구체적인 미래를 향해 지금까지처럼 현상유지하는 것보다는 그 이상으로 발전하고 싶다는 소망을 빌어봤습니다. 돈 좀 아껴써야죠.

네부카와역 이모저모

네부카와역은 수도권 인근의 간이역 규모를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역시 역사와 평면 건널목으로 이어질 정도로 낙후된 곳은 아니지만 (열차가 드물지 않으므로 평면은 역시 무리일 겁니다) 역사는 새해 맞이 인파를 다 맞기에는 좀 비좁아보였습니다.

네부카와역은 비교적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만 도로는 철로를 밑으로 횡단하여 해변으로 갈 수 있는 모양입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그쪽으로 가진 않았지만, 여러 각도에서 역과 바다를 바라본 풍경이 아름답더군요.

역사의 오른쪽은 일부가 창문이 있었지만 막은 듯이 보입니다. 구조가 더 있어보이는데 개조를 통해 역무실을 폐쇄하고 무인역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전자발권기까지 벽에 넣어놨습니다. 발권기가 있는데 승차증명서 발권이 왜 필요한가 생각할 수 있는데, 발권기를 19시가 되면 꺼버린다고 하네요. 야간에 교통카드 없이 승차권으로 열차를 타려면 승차권을 뽑을 수 없으니 저 승차증명서를 뽑아들고 내리는 역에서 정산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승차증명서는 일본의 시골 철도에 돈통 싣고 달리는 열차에선 매우 흔하게 볼 수 있는 존재입니다.

절벽 위는 더 멀리 보일까

역 안에서만 머무르기엔 아쉬워서 조금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등산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하는지라 동행자를 조금 괴롭히는 동선으로 골목길을 헤집고 계단을 올라가봤습니다. 차로는 한참 돌아와야 하는 곳에 지름길을 걸어올라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길이 길지는 않아서 오르막을 급하게 올라서 끝났습니다. 중학교가 산 위에 있네요. 학생들이 불쌍해지는데 절벽이 있는 해안 동네는 안 그런 곳이 적겠지요. 딱 적당하게 둘러보고 내려가기 좋은 거리여서 좋았지만, 올라가는 수고에 비해 보이는 풍경은 좀 각도가 좁았네요. 그래도 이 동네 전체가 그리 크지 않아서 산책을 하기에도 수십 분이면 가능할 것 같은 규모였습니다.

비록 나만의 스팟은 아니었지만

새해 맞이를 나만의 스팟에서 한다는 야심찬 계획은 이렇게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새해 첫날의 여행이었습니다. 해맞이를 하면 이런 여정이 끝나도 여전히 오전이라는게 참으로 설렙니다. 그래서 욕심을 이후에 부리게 되긴 했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2021년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