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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늦었다! 서둘러야 해!
출국 당일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도 출국은 언제나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됩니다.
그래도 왕래가 자유롭지 않다보니 챙길 것이 많네요. 어차피 거리두기 탓에 한국 가도 만날 사람들은 최소한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선물류는 간소화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예기치 않은 시간 지체로 대중교통이 아슬아슬했습니다.
나리타공항은 역시 하네다공항보다 제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멉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한국도 일본도 국제선이 오가는 루트는 최대한 줄여버렸으니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수도권이 아닌 곳은 지방 공항도 못 쓰고 국내선 환승도 상당히 까다롭다고 들었으니까요.
택시를 활용할까 했는데 JapanTaxi를 처음 깔고 Uber도 깔아봤는데 둘 다 서비스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시내로 열차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캐리어를 끌지 않고 마치 휴양지 트럭에 실을 법한 큰 어깨 가방을 메고 왔습니다. 별 생각 없이 골랐는데 너무나 마음에 드네요.
스카이라이너, 나리타를 가는 가장 빠르고 두 번째로 비싼 방법
신주쿠에서 야마노테선을 타고 도쿄를 반바퀴 돌아서 닛포리역으로 갔습니다. 가면서 검색해보니 나리타 스카이라이너가 마침 적당한 시간에 있었습니다. 수요 감소로 감편을 하긴 했지만, 남은 열차들도 적자를 감수하고 유지해주고 있으니까요.
참고로 한국은 공항철도 직통열차가 아예 운행 안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김포공항도 서지 않고 서울역과 인천공항만 오가는 탓에 수요가 애매했고 애초에 리무진버스 이용객이 많았으니 기대할 남은 수요가 없다는 게 이유겠지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했는데, 두 번째로 비싸다고 했습니다. 제일 비싼 길은 JR 특급 열차인 나리타익스프레스를 타는 것인데 제일 빠르지도 않습니다. 이건 환승 없이 주요 터미널을 오간다는 장점에, 치바를 거쳐 크게 우회하는 긴 거리를 가는 단점도 있는 탓에 길알못 외국인에게 패스랑 같이 끼워서 타야 수지가 맞는 구성이라 건너뛰겠습니다. 느리면서 운임도 많이 받고 좌석 요금도 싸지 않고 JR의 운임 체계도 사철보다 불리한 장거리 운임이라 그야말로 저는 생각조차 안 해봤네요.

닛포리역의 구조는 특이합니다. 가운데 선로가 하나 있고 선로를 두 승강장이 감싸고 있습니다.
즉, 열차가 양문을 개방해도 되는 구조지만, 왼쪽은 일반적인 열차들, 오른쪽은 스카이라이너 전용으로 지정하여 열차 종류에 따라 개방하는 방향이 달라집니다.
안내방송에 어느 쪽 승강장은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꼬박꼬박 말해주네요.
그럼 반대쪽 선로는 어디있나고요? 윗층이 나리타 방면, 아래층이 케이세이우에노 방면이더라고요.
일본의 여러 사철과 JR이 그러하듯이, 운임은 기본으로 얹고 거기에 특급권을 추가로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입장할 때도 교통카드 게이트를 평소처럼 찍고 들어가서 (없으면 표를 구매하고), 그 안에 또 하나의 특급권 게이트를 지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야후 앱에서 검색해보니 좌석 예매 배너가 떠서 거기서 라쿠텐 페이를 써서 구매했습니다.
좌석 선택도 가능하고 승차권 역할을 하는 화면이 표시되기 때문에 그걸 게이트 옆 안내 직원에게 보여주면서 들어가니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정차역 안내
닛포리역 다음역이 바로 공항인 건 매우 좋네요. 물론 가는 길에 역이 없는 고속선은 아니고 같은 선로를 달리지만 앞 열차 다 비켜서 대피하게 만들고 앞서나가는 방식입니다.
케이세이 전철 노선도 꽤 복잡하고 주요 분기역이나 터미널도 많고, 여기에 서는 열차 종별도 많아서 아주 바쁜 노선이라 항상 시원하게 달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내 구간에선 분기기를 통과하는 덜컹거리는 소리와 아슬하게 스쳐가는 승강장의 속도로 보아 달리는 속도는 60km/h 수준으로 조금 답답하기까지 했습니다.
별 사고 없이 비행기 체크인 시간까지 예정된 시간대로 달려주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특급 열차에 돈 쓰는 걸 이해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몇 번 타보니 특급 열차의 매력은 분명합니다.
통로와 문으로 구분되어 있는 객실 공간은 그야말로 쥐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 이 칸에 탑승자가 저를 포함해서 딱 3명이었네요. 공항에 가는 사람 자체가 적은 것도 큰 것 같습니다.
열차는 도쿄 수도권 통틀어서 신칸센을 제외하고 가장 빠른 160km/h의 최고 속도를 자랑하며, 호쿠소 철도 구간을 지나 나리타 공항이 머지 않은 짧은 구간에서 5색 고속 신호를 받으면서 159km/h를 실제로 기록하며 질주합니다.
그리고 곧 터널에 들어가면서 나리타 2터미널역에서 저를 제외한 두 명이 다 내려버렸습니다.
내리는 역을 실수하면 셔틀 버스가 있긴 하지만 시간 낭비를 피할 수 없으니 미리 터미널은 숙지하고 있어야겠습니다.
그리고 통상적인 체크인 마감 시간도 수십 분 이내로 다가왔습니다. 서둘러야겠습니다.
쓸쓸한 나리타 공항
짐을 보낼 일도 없고 공항에 오가는 사람도 극히 적습니다. 무사히 수하물 위탁을 마치고 (웹 체크인을 해서 더 수월했습니다) 계류장이 보이는 출발 대기 벤치에는 졸고 있는 사람도 간간히 있었습니다.
관광이 아닌 목적으로 비행기를 타야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을 것이고, 공항 자체가 쉴 곳이라 외출나온 사람은 여전히 있는 것 같습니다.
입장은 신속하게 했어야 했다
걷다보니 화장실에 들르고 약간 지체되어서 표에 써있는 바로 탑승 시간에 출국장에 들어가려고 하니 게이트에 붙잡혔습니다.
임박한 비행기는 들어가도 못 탈 위험 때문에 붙잡는 것이었습니다.
이것때문에 입장해도 되는지 직원이 확인하느라 더 지체되어버렸습니다.
보안검색은 당연히 촬영 금지니까 사진이 없지만, 입장객은 저 혼자라 여러 인력이 제 짐만 검사해주시는 건 뭔가 특별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래선 금지물품이나 수상한 거 이잡듯이 다 잡아낼 것 같습니다.
보조 배터리도 확인하고 용량 칼같이 체크하시네요. 저는 미리 공부해서 보조배터리 용량이 100Wh (최대 160Wh) 넘으면 항공사 직원 호출로 시간 낭비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그보다 작은 걸로 다시 사왔거든요.
입국 심사도 쥐죽은듯이 조용한 아랫층이었습니다. 날아가는 글씨로 재입국 간이 신청서를 적고 내밀었는데 심사관이 “재입국 안 하실건가요?” 라고 물어보네요.
체크를 잘못한 거라고 하니 직접 수정해주셨습니다. 못 돌아올 뻔했네요.
그렇게 입장하니 파이널 콜이 들려옵니다. 방송으로 제 이름이 호명되는 굴욕이 끝나기 전에 달려서 바로 확인받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특이한 포스트 코로나 공항 현황은 물론 시간에 관한 여러 가지 교훈도 가져갈 수 있었던 나리타 출국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다음 이야기는 입국에 관한 경험으로 이어갑니다.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네요. 확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