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알려질대로 다 알려져서 그렇지, 일본의 은행 시스템이 매우 낙후되어 있다는 것은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유학 비용을 송금하거나 받아보면서 느낀 사람도 있으시겠지만, 그걸 가장 느끼는 건 은행의 기본 삼대 업무가 의외로 한국의 상식을 안 좋은 쪽으로 뛰어넘는다는 사실입니다.

접근성

은행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한일 양국의 공통 사항입니다. 지점이 축소되고 거의 유명무실화되는 건 16시면 문을 닫는 은행의 영업 시간 탓일 겁니다. 실은 일본은 15시에 닫는 곳이 더 많은데다 인당 창구 소요 시간이 너무나 길기 때문에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점심 시간에 얼른 회사 근처 은행을 다녀오는 게 밥을 포기하지 않고도 가능한 한국의 상식으로는, 여기선 점심 시간이 오버될 각오를 하더라도 아마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1시간 반을 자리를 비우게 될테니까요. 앱이나 인터넷 은행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이에 관해서는 다른 글에서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ATM도 멀게 느껴진다

일본의 전국에 분포한 대형 은행은, 미쓰비시(UFJ), 미즈호, 미쓰이스이토모, 리소나 같은 곳이 있지만, 한국에서 건너온 이방인이 월급 통장 등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들은 곳은 미쓰비시 말고 들은 곳이 없습니다. 다른 곳은 6개월 체류 후 오라고 하니 월급을 받을 수 없어 헛걸음만 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니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겠죠.

사실 제가 쓰는 곳은 이런 대형 은행에 속하지 않은 조금 특이한 신형 은행(새로운 형태의 은행이라고 분류하네요)인데, 영업점이 극소화된 은행(신세이은행, SBJ은행)과 완전 인터넷 은행(라쿠텐은행) 정도입니다.

영업점이 극소화되어 있으니 ATM 접근성이 좋을 리가 없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곳이 오히려 ATM이 가깝습니다. 아예 주요 편의점의 ATM과 계약을 맺어서 이쪽을 이용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수수료를 물라고 하면 선뜻 이용하기 꺼려집니다. 특히 일본의 ATM 이용 수수료는 상당히 높기에, 이를 잘 모르고 뜯길까 낯선 곳에서 통장 입출금을 하기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가 쓰는 은행과 미쓰비시UFJ만 한 번 비교해봤습니다.

UFJ은행

당행 무료, 타행 220엔(3만엔 미만) 330엔(3만엔 이상)

  • 슈퍼 보통예금(메인뱅크 플러스)에 실버 스테이지인 경우 월 2회 편의점, 타 은행 등 제휴 ATM 무료
  • 슈퍼 보통예금에 플래티넘 스테이지인 경우 월 3회 무료

실버 스테이지가 되기 위해 잔고가 30만엔이 필요하고, 플래티넘은 500만엔이 필요하네요. 원화로 동그라미 하나 더 붙이면 만만치 않은 돈입니다. 사실상 당행 외 무료 ATM은 없는 셈 쳐야 할 것 같습니다.

신세이은행

  • 당행 ATM이 없음
  • 세븐ATM (세븐일레븐, 이토요카도 등), EnetATM(일부 패밀리마트, 데일리 등),
    로손ATM, 이온ATM, PatSat(한신), VIEW ALTTE(JR동일본역), 유초(일본 우체국): 110엔, 골드 회원 무료
  • 타행은행, 미쓰이스이토모, 상공조합중앙금고: 110엔, 골드 회원 무료, 입금은 불가

신세이은행은 일률적으로 110엔이 드는 것으로 보여 빠져나갈 구석이 안 보입니다. 하지만, 골드 회원의 조건이 몇 가지 있는데… (단, 신규 3개월은 골드 대우 해줍니다)

  • 당행 총 맡긴 금액이 200만엔 이상
  • 당행투자상품 30만엔 이상
  • 금전신탁 100만엔 이상
  • 자동적립형외화정기예금, 투신적립 이체
  • 테오 (국제분산투자상품) 이체
  • 신세이은행FX 10만 기본통화 이상 약정
  • 선불카드 GAICA 충전 1만엔 이상 또는 파워플렉스 계좌에 외화 80기본통화 충전

뭔가 많습니다만 가장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GAICA 카드를 계좌 만들면서 바로 발급받을 수 있는데, 여기에 자동 충전만 걸면 되는 것입니다. 이후에 충전금을 자유롭게 계좌로 되돌릴 수도 있더군요. 그래서 골드 회원 혜택을 잘 받고 있습니다.

라쿠텐은행

  • 세븐/이온/PatSat: 3만엔 이상 입금 무료, 그 외 220엔, 개설 3개월간 무료, 해피프로그램 차등 무료 횟수 제공 (최고 7회)
  • Enet/로손/MUFG/미즈호/유초/VIEW ALTTE(입금불가): 3만엔 이상 입금 무료, 그 외 275엔, 개설 3개월간 무료, 해피프로그램 차등 무료 횟수 제공 (최고 7회)

타의로 만든 은행계좌이긴 하지만, 라쿠텐 생태계는 매력적입니다. 직불카드로 포인트도 쏠쏠하게 쌓이고 장점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ATM 수수료는 자비가 부족합니다. 은행으로서 주로 쓰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횟수가 모든 곳에서 공유되기에 더욱 적게 느껴지는 점입니다.

해피프로그램은 고객의 매월 25일 시점 잔고 또는 월간 거래액으로 산정되는 등급입니다.

  • Super VIP: 잔고 300만엔 이상, 거래 30건 이상, ATM 무료 7회/ 타행송금 3회 / 라쿠텐포인트 적립률 3배
  • VIP: 100만엔 이상, 20건 이상, ATM 무료 5회/ 타행송금 3회 / 라쿠텐포인트 적립률 3배
  • 프리미엄: 50만엔 이상, 10건 이상, ATM 무료 2회/ 타행송금 2회 / 라쿠텐포인트 적립률 2배
  • 어드벤스드: 10만엔 이상, 5건 이상, ATM 무료 1회/ 타행송금 1회
  • 베이직: 엔트리

SBJ은행

  • 세븐/이온/Enet: 월 10회 무료
  • 유초/미즈호: 월 3회 무료

신한은행의 자회사인 SBJ은행은 원래 세븐ATM이 무제한 무료였으나, 2019년 11월 1일 부로 개악되었습니다.

마치며

한국의 카카오뱅크가 떠오릅니다. 거의 모든 시중은행과 연계해서 수수료 없는 송금은 물론 ATM 입출금까지 이뤄냈습니다. 또 편의점 ATM 입금 환경도 수수료 무료를 선언한 은행이 늘어나면서 좋아지는 중입니다.

일본에서 그 부분은 세븐ATM이 독보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주변에 보이는 은행은 내야하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얼마나 따져보고 챙기냐에 따라 예기치도 않은 지출 금액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